
24년 하반기부터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입사 때부터 막연히 2년쯤 지나면 이직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2년을 채우자 더 이상 막연하지 않은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올 해 들어서면서 그 고민은 결심으로 바뀌었다.
모비두에서의 업무 강도는 매우 강했다. 그동안 나는 이 강도가 곧 밀도 있는 경험과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믿어왔고 실제로 많은 것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지금의 업무 강도가 여전히 같은 밀도의 성장을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환경에서 앞으로 무엇을 더 얻어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또한 연차가 더 쌓이기 전에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싶었다. B2B Saas 제품이었기 때문에 고객사의 요구사항 또는 내부 사용자 중심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 많았는데,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엔드 유저와 더 가까운 B2C, 이커머스 도메인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실제 사용자 행동과 지표가 바로 반영되는 환경이 궁금해졌다. 그 조직은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기준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결심이 선 이상 망설이지 않고 1월부터 바로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회사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두 배의 부담이 들었다. 아마도 앞으로 이 과정을 몇 번은 더 해야할텐데 힘든 여정이 되겠구나.. 싶었다.
구직 활동을 병행하던 시기에도 나름대로 굵직한 일들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내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고 나를 더 몰입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의 동기부여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다시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Goodbye Vue 2, Hello Next.js: 1년 간의 여정
약 1년에 걸쳐서 통합 어드민을 Vue2 에서 Next.js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일에만 전념했다면 1년까지는 걸리지 않았겠지만, 제품 개발과 병행 해야 했고 지난 5~6년 동안 단절되어 있던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비개발직군 동료들과의 소통도 필수였다.
기간이 길었던 만큼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도 컸다. 전환 이후 개발 리소스와 QA 이슈 개수 감소 등 눈에 보이는 성과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여러 면에서 만족스러운 프로젝트였다.
인게이지킷(Engage Kit) 개발기: 시청자 참여를 이끄는 백엔드 여정
약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실시간 구매 인증, 퀴즈 이벤트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작업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특히 퀴즈 기능은 타이머 기반이었기 때문에 모든 사용자가 최대한 동일한 시점에 퀴즈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지연이라는 제약 때문에 모든 사용자가 같은 화면, 같은 재생 시점을 본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 제약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HLS의 ID3 태그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ID3 태그가 iOS에서 정상적으로 파싱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개발 기간 막바지에 발견한 이슈였고 결국 주말에 CTO님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모두 호출해야 했다. (이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손에 땀이 난다.)
이후 급하게 소켓 기반 방식으로 선회했고 많은 고민과 야근 끝에 겨우 런칭했다.
런칭 이후 사용자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에 큰 보람을 느꼈다.
8월 말, 새로운 팀으로의 합류가 결정되었다. 개발 본부장님께 조심스럽게 이직 의사를 전달했다. 준비 과정에서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고,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미 결심이 굳은 상태였기 때문에 잔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정중하면서도 분명하게 거절했다.
재직하면서 퇴사자 히스토리로 인해 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기에,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퇴사가 거의 확실해진 시점부터는 가급적 단발성 업무를 맡았고, 거의 혼자 담당하던 프로젝트들을 팀원들에게 순차적으로 넘겼다. 겉으로 보면 업무를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기에 조심스러웠지만, 나만 하던 업무를 팀원들이 익숙해지도록 돕고, 내 흔적을 조금씩 지워나가는 것이 팀의 입장에서는 더 자연스러운 연착륙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약 2~3주 동안의 인수인계를 거쳤고, 송별회를 겸한 Tech 그룹 회식을 마지막으로 2년 10개월 동안의 동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직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다음 회사를 선택하는 데 나름의 기준을 세웠고, 지금의 환경보다 분명히 더 나은 곳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그만큼 과정도 길어졌다.
돌이켜보면 취업부터 이직까지 한 번도 수월했던 적은 없었다. 신입일 때 시장은 3년 차를 찾았고, 3년 차가 되니 시장은 5년 차만 찾는다. 언젠가 5년 차가 되면 그 때는 또 다른 기준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이 차가운 현실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회사가 있었고, 감사하게도 기회를 받아 보금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무대에서 그 동안의 내 경험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 가고 싶었던 도메인이라는 점 등에서 오는 설렘과, 그 동안 쌓았던 신뢰, 익숙함 등을 전부 내려놓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같이 느끼고 있다.
작년부터 했던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스페셜리스트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AI가 도드라지면서 더 확신을 가졌다. AI로 인해 한 명의 개발자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은 계속 늘어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실력과 경험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민만 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백엔드 영역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야를 넓히고, 더 많은 영역에서 제품에 기여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다. 백엔드로 커리어 전환을 하게 될지, 프론트엔드와 함께 가져갈 수 있을지, 지금 회사에서 어떤 기회를 만나게 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일단은 해보기로 했다. 나에게 좋은 방향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는 유독 결혼식이 많았다. 축의금 적금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 싶을 정도였고 마이너스를 찍은 달도 있었다.
처음에는 결혼식 자리가 낯설었는데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이제는 정말 사회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 순서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실감이 났다.
나이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던 시기가 지나간다는 걸 느낀다. 갈수록 체중은 늘어나고,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도 예전과는 (안좋게) 달라지는게 보였고 관리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느꼈다.
그래서 PT를 등록했고 가짜 사나이 이근 대위같은 트레이너에게 열심히 찢어지고 있다.
술에 대한 체감도 달라졌다. 너무 막 썼는지 예전만큼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자주 느낀다. 그래서 술을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술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걸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필요한 선택인 것 같다.
이래저래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26년도 화이팅!